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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시인 / 목련우사
펜스가 철거되면서 수십 마리의 발굽들이 우사 안으로 들어온다 고요와 소문을 키우던 텅 빈 우사 안이 날아갈 듯 술렁거리고 안을 들여다보던 목련꽃들이 채도를 올린다
지난겨울은 허기의 시간이었다 우주(牛主)의 속도 땅속도 부글부글 끓던 추위와 요란한 울음소리가 한차례 다녀간 뒤 수십 마리의 고요가 빈 우사에 매어 있었다
그때 목련이 송아지를 데려왔다 갓 태어난 얼룩무늬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것처럼 만개한 목련에서 흰 봄빛이 무럭무럭 났었다 목련꽃이 어린 송아지 등짝처럼 바글바글 피어있다
울음 없이 펴서 울음 없이 지는 푸른 잎 색을 구분 못하는 것들의 털은 희거나 검다 떠도는 소들에게 자리 하나 마련해 주고 싶었던지 오늘밤 황소자리는 유난히 밝다
소의 엉덩이마다 날카로운 생장점이 박히고 찌르르 찌르르 젖이 도는 소리가 들린다 이파리들이 새겨 놓은 무늬가 가득한 허공 목련나무에도 봄이 오고 와글와글 소리들이 일제히 터져 나온다
목련우사에 새로운 지도가 그려졌다 여물의 시간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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