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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희 시인 / 환생을 믿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6.

서희 시인 / 환생을 믿다

 

 

  땅 속 그녀 곁에 누워 봐.

 

  축축한 공기 주머니 안에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소통은 더 이상 입 밖으로 나오는 언어가 아니지요 무덤 속을 파고드는 검은 새 한 마리, 사모곡은 오차없이 그녀 몸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갑니다 꿀잠 위를 자분자분 건너는 바람, 바람의 무늬가 허물을 벗고 낡은 수의 사이를 헤집고 다닙니다

 

  그녀 곁에 누워 칼잠을 청해봅니다 더듬어 봐도 세포들은 시간을 잃어버린 채 허방다리를 짚고, 부풀려진 그녀 몸에선 오래오래 수분이 빠져 나갔지요

 

  비어져 가는 뼈에게 묻습니다 깔대기 속에 가득 찬 씨앗을 몰래 거두어 갈 눈먼 하느님, 다시 그녀 몸속에서 혀 빼문 나팔꽃으로 환생하고 싶어요

 

  자궁속에 누워 머리 감고 싶은, 그녀의 몸은 미라클!

 

웹진  『시인광장』 2012년 5월호 발표

 

 


 

서희 시인

경북 영주에서 출생. 2011년 《시와 세계》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