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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윤수 시인 / 늪에 스미다
겁도 없이 그쪽으로 다가갔지. 늪이라면, 아귀처럼 잠복해 있다가 사정거리에 들어온 먹이를 순식간에 덮쳐 물어뜯을 줄 알았는데 우포는 뭔가 바보스러운 데가 있는 거 같아. 우포(牛浦)가 우포(愚浦)로 들리거든. 일억 사천만 개 이빨로 가끔 바람의 젖꼭지나 잘근잘근 깨물고 있던 걸. 너는 왜 고요하냐고 물어보니 무수한 귀를 가졌기 때문이라더군. 그러니까 세상 모든 웅얼거림 그 귀로 다 빨아들여 뚝! 시치미 떼는 거겠지.
겁도 없이 늪의 가슴에 손을 넣었어. 너의 생이 기우뚱, 포플러 잎새들 차르르르 떨고 새들이 화들짝 날아올랐지. 늪은 가시연꽃 필 때 눈 한번 떴다 감는다고 해. 그러니까 그리운 것을 기다렸다가 가시마저 눈으로 삼키는 거겠지. 늪의 바닥에는 시들지 않는 눈물들이 맺혀있을지도 몰라. 칠십만 평 너의 가슴이 젖은 편지 한 장 같던 걸. 천 번이라도 혼자 돌아오는 길은 낯선데 바보와 내통하고 싶은 나의 후생을 아무래도 그곳에 두고 온 거 같아
웹진『시인광장』 2012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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