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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명은 시인 / 카운트다운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8.

김명은 시인 / 카운트다운

 

 

  낡은 침목들의 간격은 없어요 자맥질하는 하늘

  햇빛에 갇힌 창 밖 바다가 눈부시고

 

  외발로 서있던 새가 다리를 뻗고 날아가요

  하얀 등대의 등짝에서 몸부림치는 붉은 스프레이와

  흘러내리는 수줍은 이름들

 

  사람들은 모노레일 유리창에 코를 대고 풍경을 들여다봐요

  소용없는 짓이에요 균열은 내부에서부터 시작하죠

 

  어지럼증을 앓는 벼랑의 바위와 한쪽 발로 서있는 나무

  지문을 휘돌면서 실마리를 찾아 끝없이 헤매고 있는 혈류

  막다른 곳을 빠져나와 질주하는 골목처럼

  외줄 위로 굴러가는 바퀴의 안과 밖 그 사이

 

  그래요 오래된 기억이죠

  모노레일 창속에서 반쯤 감은 눈

  찢어진 바퀴를 들여다보다가

  죽은 자들이 다녀간 산책길을 걷고 싶었어요

 

  유리벽을 붙잡고 있는 허공

  발끝이 미끄러지다가 여기가 어디일까

  공기방울들이 소용돌이치는 동안

  바람이 낚아 올린 새들의 몸이 가늘어지고

 

  문이 열리면 날아갈 노란 심장이 뛰어요

  돌이킬 수 없어요 물결이 구부러진 레일 위를 달려요

 

웹진『시인광장』 2012년 6월호 발표

 

 


 

김명은 시인

1963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 2008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현재 ‘빈터’ 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