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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은령 시인 / 브리핑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4.

김은령 시인 / 브리핑

 

 

  질주하던 차 앞 유리에

  폐기물을 싣고 가던 트럭에서

  무언가가 튕겨 나와 떨어졌다

  그 무언가는 다시 튕겨 나가

  바퀴에 깔린 것 같다

  견고하게 결탁되었던 유리의 입자와 입자는

  타닥!

  빠르게 경계의 선을 그으며 분열되었다

  추월하리라, 바짝 따라붙던 속도와

  버려지던 중이었던 것들에서

  딱 한 놈의 반란이 접점을 이룬 순간

  보호막이었던 차창유리는

  흉기로 변할 수 있는 합법성을 얻었다

  맑고 투명한 유리의 본성이 흉기였다는 걸

  하찮은 것들과의 부딪침에서 드러났다

  목적지에 닿기 전 갓길에 멈춰서야 했던

  사건의 개요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김은령 시인

경북 고령에서 출생. 1998년 계간 《불교문예》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통조림』, 『차경借憬』이 있음. 현재 대구작가회의 이사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