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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시인 / 꽃의 일
옻닭을 먹으러 간 것 또한 꽃의 일이어서 우리도 꽃 필 궁리 좀 하자는 말에 꽃? 꽃! 눈 꼬리 사물사물 접으며 뜨거운 살점을 뜯었다
바람도 입맞춤도 깨우지 못한 살갗을 들추고 한 순간 열꽃 핀다, 피었다, 피면서 바로 만개다 피고는 지지 않을 듯 기세등등하다 나, 꼼짝없이 옻의 숙주가 된다 화끈 달아오른다
나는 천 년쯤 묵어 사람 형상을 한 불꽃이다·
몰래 몰래 손톱을 물어뜯어 기어코 돋는 새순을 잘라내곤 하는데 꽃이 꽃을 알아보는 일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전생의 언어로 적어둔 불의 주소를 찾아낸 이것은 오직 꽃의 일이니
뿔뿔이 흩어진 별별 봄날을 다 불러 보며 이제 꽃이 아니야, 빛바랜 묘비명을 읽으며 벌겋게 독 오른 꽃숭어리를 쥐어뜯고 후벼 파서 이름도 색깔도 낯선 꽃을 깨워 놓고 어쩌나 어쩌나 꽃의 목록을 더듬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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