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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시인 / 도둑의 딸
위대한 도둑의 딸인데 야웅 울어도 배는 홀쭉하고 차 밑 배고픔을 동그렇게 안았는데 아, 예쁜데 우리 집 야옹이 할래? 그 제안을 덥썩 물었지요 꼬리를 내리고 참치 캔을 기다리고 방문객이 오면 햇빛 한 올씩 빼내 낮잠을 짜지요 사철 피는 꽃기린이 지겨워 담장 위에 뜨던 푸른 달을 찾아 방마다 쑤셔요 훌쩍 뛰어 그믐달을 물고 오려고요 안 열리는 창문너머 없는 새를 갈기갈기 찢고 생선토막 물어간 적 없다고 사뿐 발걸음 떼지요 언니 목을 부빌 때 눈앞으로 새가 날았어요 종량제봉투에 박던 발톱이 불쑥 나온 걸 정말 몰랐다니까요 아얏 소리와 아파트 밖으로 내동댕이쳐졌어요
생선 비린내가 배를 훑고 막막해요 야옹 먹먹해요 야옹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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