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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자 시인 / 가을비 내리는 날
하늘이 이다지 서럽게 우는 날엔 들녘도 언덕도 울음 동무하여 어깨 추스리며 흐느끼고 있겠지
성근 잎새 벌레 먹어 차거이 젖는 옆에 익은 열매 두엇 그냥 남아서 작별의 인사말 늦추고 있겠지
지난 봄 지난여름 떠나버린 그이도 혼절하여 쓰러지는 꽃잎의 아픔 소스라쳐 헤아리며 헤아리겠지.
허영자 시인 / 꽃피는 날
누구냐 누구냐 또 우리 맘속 설렁줄을 흔드는 이는
석 달 열흘 모진 추위 둘치같이 앉은 魂을 불러내는 손님은
팔난봉이 바람둥이 사낼지라도 門 닫을 수 없는 꽃의 맘이다.
허영자 시인 / 나목에게
캄캄한 밤은 무섭지만
추운 겨울은 더 무섭지만
나무야 떨고 섰는 발가벗은 나무야
시련 끝에 기쁨이 오듯이
어둠이 가면 아침이 오고
겨울 끝자락에 봄이 기다린단다
이 단순한 순환이 가르치는 지혜로
눈물을 닦아라 떨고 섰는 나무야.
허영자 시인 / 나팔꽃
아무리 슬퍼도 울음일랑 삼킬 일 아무리 괴로워도 웃음일랑 잃지 말 일 아침에 피는 나팔꽃 타이르네 가만히
허영자 시인 / 너무 가볍다
나 아기 적에 등에 업어 길러주신 어머니
이제는 내 등에 업히신 어머니
너무 조그맣다 너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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