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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시인 / 새가 된 아내
유언은 너무나 짧았네 남편의 말을 자꾸 들어주다간 너도 나처럼 새가 될 거다 깃털을 몇 개 남기고 엄마는 멀리 날아가 버렸네
여보 밥, 여보 물, 여보 리모콘, 여보 전화기, 여보 커피, 여보, 여보, 여보
돋아나는 깃털은 아름다웠네 아름다운 깃털이 몸을 덮었네 이러다간 새가 되어버리겠어요 아내의 하소연은 간곡했네
여보 밥, 여보 물, 여보 리모콘, 여보 전화기, 여보 커피, 여보, 여보, 여보
깃털을 몇 개 떨군 채 새는 인도네시아에서 서울까지 날아왔네 남편의 말을 자꾸 들어주다간 당신도 나처럼 될 거예요 새는 말하네 싱크대 선반에 앉아 말하고 또 말하네
여보 밥 여보 물 여보 리모콘 여보 전화기 여보 커피 여보 여보 여보 여보 소리 귓가에 쟁쟁하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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