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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문숙 시인 / 땡볕사원(寺院)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3.

강문숙 시인 / 땡볕사원(寺院)

 

 

  참 빽빽하다, 이 여름

 

  가로수들 비장한 녹색 숨결이 그렇고

  나뭇가지에 붙어서 악을 써대는

  매미들의 가쁜 울음소리가 그렇다.

 

  바람은 불지 않았고, 촘촘한 햇살이

  피라미 한 마리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완강하게 그물을 드리우고 있다.

 

  천천히

  길을 걷는 저 등뼈에 내리꽂히는

  따가운 말들의 세례

 

  여름 땡볕은 차라리 고행이다.

 

  제 몸의 물기마저 다 내어주고

  한 점 그늘이 되려는 생애의

  刹那,

 

  희고 커다란 손이

 

  투명한 성채 하나 들어올린다.

  달팽이, 길고도 느린 길이 풀린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강문숙 시인

1955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 199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과 1993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 . 시집으로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세계사, 1995)과 『탁자 위의 사막』(문학세계사, 2004) 등이 있음. 현재 <시. 열림>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