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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윤택 시인 / 시처럼 그림처럼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3.

이윤택 시인 / 시처럼 그림처럼

 

 

  영혼은 너무 부드러워서

  몸에서 떼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일단 불을 붙이면

  석달 열흘은 삶아야 제대로 우러나오지

  인간의 영혼은 섭씨 삼천도 쯤에서도 끄떡없지

  결국 삶기는 건 현실 뿐

 

  쪼그라드는 기분이 어때?

 

  이제 하나에서 둘을 지워 버려

  그러면 네 마음은 부자

  아홉은 하나요

  열은 무로다

  어허, 시원하다

 

  먹물이 쫙 빠져 나가는 기분이 어때

 

  이제 난 어떻게 되는건가

  몸은 다 끓어 공기 속에 사라져 버리고

  나는 어디에 있는가?

 

  자, 이제 자네 영혼에 맞는 모습을 만들어 줄테니

  그때 부활하게나

  시처럼 그림처럼

 

웹진 『시인광장』 2012년 8월호 발표

 

 


 

이윤택 시인

1952년 부산에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졸업. 1979년 《현대시학》에 〈천체수업〉 등의 시로 추천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시민』(청하, 1983), 『춤꾼 이야기』(민음사, 1986),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대한 반역』(세계사, 1989), 『밥의 사랑』(고려원, 1994) 등과 평론집 『우리 시대의 동인지 문학』, 『해체, 실천, 그 이후』 등이 있음. '열린시' 동인이며 연극집단 '거리패'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