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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규 시인 / 손목 시계에 얽힌 일화(逸話)
그를 따라 갔는데 경찰서였다 그를 따라 갔는데 햇빛 환한 자작나무 숲이었다 그를 따라 갔는데 밤이었다 그를 따라 갔는데 여름이었다 그를 따라 갔는데 성당 입구였고 그를 따라 갔는데 시청이었다 그를 따라 갔는데 시뻘건 국물 끓어오르는 국밥 집이었다
그는 도서관 같기도 하고 더러, 친절한 애인이나 사기꾼 같기도 하지만
그를 따라 갔는데 호젓한 물가였다 그를 따라 갔는데 변방이었고 그를 따라 갔는데 한 시대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를 따라 갔는데 별빛이 녹아내리는 熱河였다
그는 구름의 발자국과 헐거워진 짐승의 뱃가죽을 갉아먹었다 그는 상투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상투적으로 나는 파 먹혔다, 그러나
나는 슬픔으로 터질 것 같은 서쪽 하늘을 그와 함께 바라보기도 했다
문제는, 서로에게 피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 문제는, 우리는 서로에게 응전의 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는 밥이나 도토리묵을 먹듯 나를 갉아먹었다 내가 아무리 꺽꺽, 운다 해도 그는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애초부터 그는 선량한 동행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길 위에서 그가 행한 무례를, 그가 베푼 달콤한 환각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마침내 나는 없어질 것이다
그를 따라 갔는데 지하철이었고 그를 따라 갔는데 공원이었다 그를 따라 갔는데 적멸에 이르는 길이었고 그를 따라 갔는데 註釋 가득 달린 긴 문장이었다
그는 마치 집요한 스피커나 목각인형의 배꼽 같기도 하지만
웹진 『시인광장』 2012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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