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최승자 시인 / 내 청춘의 영원한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3.

최승자 시인 / 내 청춘의 영원한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최승자 시인 / 너에게

 

 

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나는 네 심장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죽지 않는 태풍의 눈이 되고 싶다.

 

 


 

 

최승자 시인 / 돌아와 이제

 

 

새들은 항상 낮게 낮게 가라앉고

산발한 그리움은 밖에서,

밖에서만 날 부르고

 

쉬임 없는 파문과 파문 사이에서

나는 너무 오랫동안 춤추었다.

 

이젠 너를 떠나야 하리.

 

어화 어화 우리 슬픔

여기까지 노저어 왔었나.

 

내 너를 큰물 가운데 두고

이제 차마 떠나야 하리.

 

오래 전에 내 눈 속 깊이 가라앉았던 별,

다시 떠오르는 별.

오래 갈구해온 나의 땅에

다시 피가 돌고

돌아와 이제 내 울타리를 고치느니,

 

허술함이여 허술함이여

버려진 잡초들이

이미 내 키를 넘었구나

 

 


 

 

최승자 시인 / 마흔

 

 

서른이 될 때는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지

이 다음 발걸음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끝도 없이 추락하듯 내려가는 거라고.

그러나 사십대는 너무도 드넓은 궁륭같은 평야로구나.

한없이 넓어, 가도가도

벽도 내리받이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곳곳에 투명한 유리벽이 있어,

재수 없으면 쿵쿵 머리방아를 찧는 곳.

 

그래도 나는 단 한 가지 믿는 것이 있어서

이 마흔에 날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

 

 


 

 

최승자 시인 / 바람의 편지

 

 

내 너 두고 온지

벌써 한 달

바람의 편지도

이제 그쳤구나

 

아 내 기억 속에서

푸르른 푸르른

 

또 다시 하루 가고 이틀 가도

내 기억 속에서

푸르고 푸르를

 

언제나 새로이 쓰여 질

아 지리산, 바람의 편지

 

 


 

최승자(1952년 ~ ) 시인

1952년 충남 연기에서 출생. 서울의 수도여고를 거친 그는 1971년 고려대학교 독문과에 입학. 고려대 재학중 교지 『고대문화』의 편집장을 맡은 최승자는 유신 시대에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가 학교에서 쫓겨난다. 그 후 학교 선배인 정병규가 주간으로 있던 ‘홍성사' 편집부에 들어간다. 최승자는 1979년 계간 『문학과 지성』에 「우리 시대의 사랑」 등 몇 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옴. 홍성사를 그만둔 그는 이후 번역 문학가로 활동하며 시 쓰기에 전념하며 1993년에는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창작 프로그램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다섯 권의 시집을 냈다. 『이 시대의 사랑』(1981) · 『즐거운 일기』(1984)· 『기억의 집』(1989) · 『내 무덤, 푸르고』(1993) · 『연인들』(1998)이다.

2001년 이후 투병을 하면서 시작 활동을 한동안 중단했다가 다시 시를 발표했다. 2010년 《쓸쓸해서 머나먼(문학과지성사)》 , 2016년 《빈 배처럼 텅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박노해, 황지우, 이성복 등과 함께 시의 시대 80년대가 배출한 스타 시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2010년 : 제18회 대산문학상. 2010년 : 제5회 지리산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