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희 시인 / 환절기를 경유하다
집 나온 고양이가 종점으로 모이는 것과 같은 이유로 나도 그 간이역에서 하차하곤 했다
그리고 겨울이 와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막다른 종점의 고양이들은 윤기 잃은 털 대신에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밤이 스며드는 외곽은 안개가 짐승처럼 기어다녔다
낡은 흑백사진 속으로 걸어갔다, 호흡이 불편했다
출렁출렁 개천 옆으로 바람을 뒤집어 쓴 버드나무 물살의 모서리만 만지다 돌아왔다
번뜩이는 고양이의 눈을 빌려 와 수시로 외곽을 탐독하는 사이 몇 번의 환절기가 지나갔다
떠나간 사람의 뻔한 연하장을 버리지 못하는 계절마다 뭉텅뭉텅 어둠에 베어 먹힌 안개가 자랐다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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