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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우원호 시인 / 백두산(白頭山) 2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30.

우원호 시인 / 백두산(白頭山) 2

ㅡ정녕 신의 조화인가?

 

 

1

때는 서기 1205년, 고려시대 제21대 희종 임금 재위 1년

을축년(乙丑年)의 일이었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대개벽이 있었다 대폭발이 있었다

대지진과 더불어서 노아의 대홍수에 버금가는 마그마의 대범람이 있었다

 

한반도의 강과 바다 산과 들이 천지사방 온세상이 뒤집힌 듯,

백두산이 폭발했다

 

실로 경천동지驚天動地의 대개벽이었다

실로 방대하고 엄청난 규모의 대폭발이었다

 

2

요란하게 지축을 흔들면서 활활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기둥과 함께

구름버섯 형상으로 하늘 높이 하늘 높이

솟아오른

그날의 검디검은 화산재가, 실로 엄청나게 거대한 규모의 거대한 화산재가

 

한반도를 뒤덮었고 편서풍의 기류 타고 멀리 멀리 날아 날아

일본국의 최북단인 홋카이도(北海島) 하늘까지 날아 갔다

 

정녕 신의 조화인가?

정녕 신의 섭리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서,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오직 순수하고 아름다운 믿음으로 했던 표현이라 해도

 

화산火山, 그토록 공포스러운 재앙災殃의 저 화신火神을

'지구가 흘리는 눈물의 샘’이라고 한 말은

 

그 얼마나 순진하고

그 얼마나 미적美的이며 센티멘탈했던 표현인가?

 

3

한민족의 영산靈山이요, 한겨레의 성지聖地, 백두산(白頭山)을 바라보며

나는 이리 외치나니

 

일년이면 여덟 달간 수정처럼 곱디고운 흰눈들이 산머리에 덮여 있고, 화산으로 생긴 흰색의 부석浮石들들이 산머리를 덮고 있어 흰머리산이라고도 불리는 저토록 고상하고 신비로운 산, 저 산! 활화산인 백두산엔

 

호랑이와 산멧돼지, 도룡뇽과 여러가지 뱀들, 검은 담비와 수달, 다람쥐와 족제비, 사향노루, 사슴, 백두산사슴, 산양, 반달곰과 큰곰,, 늑대와 표범들이 대대손손 대를 이어 야생으로 살아가고 삼지연메닭.·신무성세가락딱따구리, 세가락메추리, 북올빼미, 긴꼬리올빼미, 흰두루미, 재두루미, 원앙, 청둥오리, 붉은허리제비 같은 산새들과 들새들과 숲새들이 사시사철 아름다이 노래하며

 

숱한 고유종의 희귀한 동물들이 조화로이 살아가는

지상에서 가장 수려하고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그리고는 하늘 향해

이리 나는 묻노나니

 

저기 저 산, 백두산은 그저 대자연의 소치인가?

정녕 그대, 조물주가 창조해낸 작품인가? 라고

 

또한 나는 하늘 향해 다시 이리 외치나니

호수의 둘레가 14키로이고, 평균 깊이 213미터, 최대 수심은 384미터에 이르면서 10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눈과 얼음으로 덮혀 있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서 비가 내려 마치 거울 보듯 호수마저 저리 쪽빛인가? 그 투명하고 맑은 쪽빛 저 하늘이여! 저 호수여! 그리하여 하늘 아래 호수라고 불리는 저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명경수인 칼데라호. 저 호수, 천지天池여!

 

그 주변에서 여기저기 샛노란 황금빛의 금매화와 보라빛의 매발톱, 분홍빛의 바늘꽃과 하양색의 범꼬리풀, 연분홍빛 바위구절초와 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새하얀 빛깔을 뽐내는 구름범의귀풀 군락지가 너무나도 환상적인 그곳!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이름 모를 풀꽃들이 자유로이 자생하는

야생화의 천국, 그곳!

 

또한 아주아주 깊고 너른 호수 속엔 천지산천어와. 칠색송어, 붕어, 버들치,

종개, 민물거북이와 빙어들이 선택받은 물속나라에서 선택받은 귀족어로 평생 살아가는 고기들의 또다른 천국, 그곳!

 

압록강과 두만강과 송화강의 발원지인 그곳, 천지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그리고는 하늘 향해 다시 나는 되묻나니

 

저기 저 호수, 천지는 대체 대자연의 소치인가?

정녕 그대, 조물주가 창조해낸 작품인가? 라고

 

계간 『애지』 2021년 여름호 발표

 

 


 

우원호(禹原浩) 시인

1954년 서울에서 출생. 1983년 육군 중위 예편.  2001년 월간 <문학21> 시부문 신인작품상에 당선. 시집으로『도시 속의 마네킹들』『폴 세잔의 정물화가 있는 풍경』이 있음.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시인광장 편집주간 역임. 현재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 겸 편집인과 도서출판 시인광장 대표. 월간 『모던포엠』 영역시 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