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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길 시인 / 인내(忍耐)
장모가 서랑壻郞의 눈치를 볼 때 쓰임 외갓집 젓가락질을 바라볼 때, 아니꼬움, 화, 성질 등을 누를 때 두트레방석처럼 쓰였다
하심下心에 이르러 이치에 통달하면 다루기 어렵지 않았으나 시비거리들은 계고 없이 무시로 들락거려 오락가락하는 수표水標의 평심平心은 늘 문제였다
신통, 심통에 모두 찾아들며 외교外交에 자주 차용하던 말로 한계限界 바로 위에 배치되어 총알받이로 살아남았다.
강병길 시인 / 관절염
모든 마디에는 통점이 작용한다는 단어
접힌 후 펴지 못하거나 편 후 접히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굽실거림에서 자유로워지는 듯 보이나 마디마다 굴신이 원활한 상태에서는 처방전이 없던 병
손상된 후라야 비로소 통한, 후회 등의 타상하설他尙何說을 떠올리나 무너진 균형 또한 균형의 최선책임을 스스로 위무하는 선에서 증상을 다스리는 수밖에 도리 없었던 질환
무너진 국경, 무너진 종파, 무너진 치정의 접점에 쉽게 발병하며 파열의 고통은 이승계에서 나누기 어려운 억판인 까닭에 태생적 연골을 강질로 교체하는 수술 -수순을 조절하는 기술- 은 필수였다.
강병길 시인 / 조장(鳥葬)
인정人情이 사람 사이의 관계만은 아님을 보여준 말
먹기 좋게 돌로 찧어 던져주는 경건함과 낄낄거림과 기다림 사이의 조응照應의 거리를 인정의 척도로 삼아도 무방하였다
관에 넣어 묻거나 사막에 놓아 말리거나 바다에 던지거나 불로 태우거나 혹자는 꽁꽁 얼려 후세를 기약 하였지만 가장 인간다운 처리방법으로 조장을 따를 수 없다고 합의하여 널리 유행하였다
공존을 실행하기 까지 여러 세기가 흘렀다 기원 전 있었던 일임을 몸에 익힌 후, 새와 함께 살기를 몸에 익힌 후의 장례식은 단촐 하였다
돌아가셨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나서야 순조로운 밥상물림은 축제가 되었다.
강병길 시인 / 망명(亡命)
개인의 처지에 따라 상당수가 시도하였으며 목숨만 붙어있는 무인격 처우는 가혹하기도 하였다
타지他地의 조건에 적응한 부류가 되어야 짐승의 삶과 다르지 않았으므로 부득불 선택하는 방법이었다
이름이 말소된 축들은 지하도, 역의 구내 등 비가림 할 장소에 서식지를 정하며 알맹이 빠져나간 포장박스를 동병상련의 피륙으로 삼아 심신의 쓰라림을 달랬다
귀鬼와 같은 경로를 보이나 귀와 같은 수준도 못되므로 지리한 야숙野宿을 그저 버틸 뿐이다.
강병길 시인 / 사면(赦免)
되기도 하고 하기도 하는 자타自他에 공인되는 용서를 말함
대개 절節에 이루어졌으며 알고 지은 죄에 대한 사면일 경우 원성이 있었고 모르고 지은 죄에 대한 사면일 경우 측은이 있었다
공평보다 공생에 무게를 둔 처사로 일견 그럴듯해 보이나 저울을 쥔 손아귀의 일이었으므로 이미 기울어진 편차를 모르는 이 또한 없었다
본디 특별한 면죄를 특별히 특별을 덧붙여 특사일 경우 특혜와 혼동되므로 수위조절이 최대 관건이었다
패총의 높이를 다투던 집단과 죽간의 높이를 다투던 집단의 상리相利관계를 드러내놓고 써먹는 통에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 고약한 단어다.
강병길 시인 / 부도(浮屠)
뼈가 맺은 열매를 저장한 장소를 표시한 돌
농사짓는 동물의 마지막 유골마저 뒤적거려 기어이 눌러놓은 석물
공기의 기저부를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체에게 그 운명의 근간을 파헤쳐 보려는 헛된 공부를 사후에도 붙잡아 두려는 허망한 내력을 표시함
헛다리짚은 이력에 더는 무엇도 보태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간간히 땀 흘리는 정진을 내보인다는 돌도 있으나, 후인後人이 낙전落錢을 노린 만필漫筆이나 농간에 그침.
강병길 시인 / 탁족(濯足)
발목을 적셔 체온을 내리던 청탐淸貪
바실리스크도마뱀에게는 생사가 걸린 단어
탐욕은 문명을 낳고, 문명은 이기를 낳고, 이기는 축재를 낳고, 빈자가 속출하여 노예로 전락하는 이가 늘자 물 위를 걷는 자를 찾아 통성의 목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통령은 사제를 곁눈질하며 자리보전에 바빴으므로 통성의 강도에 밀리는 날들이 속절없이 흘렀다 누군가 한 명의 제물이 나올 때가 된 뜨거운 열기를 발목만 적셔서 가라앉힐 일은 아니었다 체온을 지탱하기 위해 빙하기가 와야 할 시점도 있었다
그리스도도마뱀은 목숨을 걸어야할 때 물 위를 뛰었다
인간은 늘 목숨을 걸어야 하기에 몸통이 젖을 수밖에 없었다는 집단히스테리를 서로 묵인하였다
강병길 시인 / 회개(悔改)
성역聖域과 수작手作이 독립된 말로 남아있는 한 고치지 못하는 말
회심의 다른 말로 쓰였으나 마음을 돌리기 이전의 죄가 있다고 믿기에 사라지지 못한 단어
고침과 돌림은 지표地表의 무극無極 틈새에서 버티는 물성의 자연스러운 안간 힘이었다 다만 종말을 미끼로 던진 사람들에 의해 미래를 팔고 사는 일에 길들여진 추종자들이 현재의 죄가 성립된다고 미리 무덤을 파는 사태가 회개를 살리고 있어 더 큰 골칫거리였다
먹이를 좇는 동물은 포착된 방향으로 돌진한다 배고픔은 돌려먹는 마음이 아니라서 개改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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