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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시인 / 데칼코마니
이렇게 될 거라는 거 알고 있었지? 네가 불 속에 손을 담그고 말했다 아직도 새벽이 끝나지 않았다 저 멀리 지평선이 물에 잠긴 듯 일렁이고 있었다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게 같으 꿈을 꿨다는 의미는 아니었는데 문득 불 속에 담긴 네 손의 온도가 같은지 궁금해졌다 적어도 인간이 멸종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 손이 흘러내린다면 불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고 얼마 전에는 너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죽어도 괜찮았어 그런데 이젠 너만 죽으면 괜찮다는 마음 계속해서 생각이 범람하는 바람에 불이 영역 밖으로 넘치고 있었다 나는 너늘 따라 불 속에 손을 넣었다 손은 흘러내리게 되는 걸까 가끔씩 너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몸을 뒤척였다 오래된 악몽이 현실로 뛰어나오려는 듯이 세계는 지평선 밖으로 넘어가지 않는데 내 안에서 자꾸만 범람하는 것이 있었다
<시와사상 17년 봄호>
양안다 시인 / 커튼콜
울음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다음에 봐, 손을 흔들고 서로의 뒤통수를 보여준다면.
눈물을 얼굴의 장신구라 부른다면. 걸음마다 화원이 무더기로 시든다면.
어느 새가 무리에서 이탈할 때. 이별과 작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없다면.
나는 뒤돌아보지 않는 장면에 실패한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를 부르지 않는다면.
양안다-시집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아시아)에서
양안다 시인 / 이명
밤이 되면 속을 게워내고 두 발이 녹고 네가 보였다 너는 환하게 웃고 있다
‘날 사랑하니?’
너는 입모양이 보이는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너는 너의 존재를 확인하려 자꾸 내게 물었다 너의 입술이 흐려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한낮이었다
너는 사라지고 없는데 어디선가 너의 질문이 계속 들렸다
양안다,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 민음사, 2018,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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