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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춘순 시인 / 手, 거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15.

김춘순 시인 / 手, 거울

 

 

  매끈거리는군요.앞이 안보이는 손이 귓속말로 소곤거려요. 자비로운 자의 표정이 눈뜨지 말라는 주문을 외웠어요. 두려움 깊은 공간에 동그라미 혹은 네모의 물체로 안개처럼 번지는 물감.

 

  하늘하늘 겹쳐진 색깔 사이로 당신의 거울 안쪽 온기가 느껴졌어요. 맨살에 감미로움이 닿을 때 이마는 웃음을 멈추려 안절부절 못하고 자꾸 깊은 곳으로 숨는군요. 부드럽게 쓰다듬는 방향들 指紋의 열선을 따라 살갗 체온점들이 발기되고 그럴 때 마다 내밀한 꿈을 꾸었지요.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더듬는 곳마다 씨방 부푼 꽃들이 숨결 사이로 다투어 피어났어요. 소리 없이 피고 지는 꽃들이 手話로 제 소리를 말하다 와락 붙잡힌 吸着, 투명하군요.

 

  경직된 간지럼이었나요? 유효기간이 다 된 소리들 색깔이 없네요.

바짝 마른 마음이 한 생애 뜨겁게 견딜 수 있는 화석. 한쪽에 고여있는 소멸하기 직전의 것들.

거울 속 더 없이 은은하고 고요한 화면.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12, 5-6월호

 

 


 

김춘순 시인

필명: 김지혜.김춘리. 1952년 강원도 춘천 출생. 수원여대 졸업. 사회복지사.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2012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수혜. 2012년도 천강문학상 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