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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동문 시인 / 내 勞動으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9. 20.

신동문 시인 / 내 勞動으로

 

 

내 노동으로 오늘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 하듯이 바친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던 내 거짓말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릿광대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흰 손가락은 다 무엇인가.

제 맛도 모르면서 밤 새워 마시는

이 술버릇은 다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여

모두가 모두 창백한 얼굴로 명동에 모이는 친구여

당신들을 만나는 쓸쓸한 이 습성은 다 무엇인가.

절반을 더 살고도 절반을 다 못 깨친

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

미련을 되씹는 이 어리석음은 다 무엇인가.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했던 것이 언제인데.

 

신동문 전집 『내 노동으로』 (솔, 2004)

 

 


 

 

신동문 시인 / 우산

 

 

우산은 비가 내리는 대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젖어 있는 마음은 언제나 우산을 받는다.

그러나 찢어진 지(紙)

우산 같은 마음은 아무래도 젖어만 있다.

 

더구나 웃음이나

울음의 표정으로 인간이 누전되어

몸속으로

배어 올 때는 손 댈 곳 발 디딜 곳 없이

지리저리 마음이 저려 온다.

 

눈으로

내다보는 앙상한 우산살 사이의

하늘은 비가 오나 안 오나

간에 언제나 회색진

배경인데

그런 기상이 벗겨지지 않은 것은

떨어진 마음을

마음이 우산 받고 있는 길이라 내 손도

누구의 손도 어쩔 도리가 없다.

 

 


 

신동문 [辛東門, 1928.7.20~1993.9.29] 시인

충북 청주에서 출생. 서울대 문리대 중퇴.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풍선기(風船期)>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풍선과 제3포복』(충북문화사, 1956), 2004년 유고집으로 시 전집 『내 노동으로』와 산문 전집 『행동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가 있음. 1955년 제1회 충북문학상, 자유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