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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 선암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먼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꽃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 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인 / 결빙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 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
정호승 시인 / 창문
창문은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 창과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열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는데에 평생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창문을 꼭 단아야만 밤이 오는 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었기 때문에 밤하늘에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제 창문을 연다 당신을 위해 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본다 창문을 열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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