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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옥 시인 / 모르는 영역
땅을 짚어도 무중력 속인 나는 얼마나 가벼운지 어떤 향기가 누르는 달꽃 우리 보폭이 넓어지고 있어요 당신에게 왔다는 것이, 달의 비늘이었다는 것이 서로의 뺨을 비비는 일이죠
이 섬에는 달맞이꽃 향기가 나요 봄엔 집과 뜰에 이 꽃을 심어야지 생각하죠 달을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당신
그윽한 눈동자를 가슴에만 넣고 이제 천 년 동안 잊고 살아가야 하는데 갈매기의 눈빛도 젖어 있어요 당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기억하려는 찰나 바람이 섬의 끝자락으로 데려가네요
파도의 기포들이 들끓어요 바글바글 우리 수신호 해요 나는 기억의 향기로 날았다가 식은 향기로 말하다가 웃다가 찡그리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만 하고 있어요
엄마 안녕! 같이 있고자 기적을 일으키려니 달이 보고 웃네요
시집 『모르는 영역』(현대시학, 2021) 중에서
권영옥 시인 / 숲속 밑면을 보다
도서관 뒷길 걷다가 막다른 숲길에 다다랐을 때 호르르 웃으며 내 옆에 달라붙는 그림자
그림자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
마음은 숲 그늘에 누워 ‘꼬마 한스와 도라’*의 중간 페이지를 넘길 때 숲속 어디선가 나타나 내 심장은 쿵! 넌 누굴까 아빠 자벌레에 긁힌 아기벌레의 상처를 들여다본 뒤라서 빛나는 후박 이파리에 안기고 싶어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기 후박의 멈칫한 뒷모습을 본 이후라서
혹파리 떼 떨치듯 팔을 저어보고 혹시 모를 후박 줄기 속의 흘린 것들을 찾아보지만
말이 떨어지기도 전 살그머니 다가와 귓불에 입김을 불어 넣는 너
아득한 날에 떨어뜨린 하나의 밀알을 찾아온 이 숲속, 이젠 찾지 말아야겠어 책을 접으며 일어서려는 순간 활자 위로 올라가 눈웃음치는 그림자
구부러진 너의 작은 무늬들을 쓰다듬어도 보고
* 프로이트의 책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 도라의 히스테리 분석>에 관한 글
시집 『모르는 영역』(현대시학, 202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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