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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희 시인 / 오줌 누고 싶다
싱겁게 흘러가는 물 보면 내가 눈 오줌으로 세상 간맞추고 싶다
흐르는 시냇물 보면 졸졸졸 시냇물같이 흐르는 나는 계곡물 보면 콸콸콸 함께 흘러가며 물만 보면 목마르거나 마시고 싶다거나 당장 뛰어들어 목욕하고 싶지만
받아들이기보다 내보내는 게 먼저다 비워야 채워진다 그런 생각 대신 그냥 시원하게 내갈기고 싶다
첫눈에 반한 남자 앞에서도 가장 큰 바다 향해 푸른 오줌 실컷 누고 싶다 방금 눈 오줌 또 누고 싶다.
―{시작}(2004. 겨울)
구순희 시인 / 기다림
텃밭에 지천으로 핀 메밀꽃 그 앞에서 메밀묵과 부침을 먹었다 술잔은 자꾸 비고, 달밤에 소금 뿌린 듯 하얗게 피었다던 메밀꽃만 있고 달은 없었다 왜 그 밤에 엎어지며 낯선 그곳에 가야 했는지 달밤에 소금 뿌린 듯 메밀꽃은 밤에 만나야 했는지 그러나 올 시간이 됐는데도 달은 오지 않았다 처음 본 사람한테 달 보여 달라고 자꾸 졸라도 그는 이효석 생가만 지키고 달은 지키지 않고 달이 어떻게 넘어오겠느냐고, 산 보라고 산꼭대기에 해도 걸리고 장대도 걸리지만 저 높고 가파른 고개 쉽게 넘어오겠느냐고 불던 바람도 방향을 바꾸어 돌아가는 분지 그만 자러 가야 할 시간은 목을 꺾는데 달이 내려앉기엔 메밀꽃이 너무 눈부셔 멀리서 엎드린 채 메밀꽃만 바라보는지 메밀묵도 부침도 떨어지고 술잔도 넘어지고 메밀 익는 소리만 달을 앞질러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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