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희 시인 / 내 이름 아시죠
내 이름 아시죠 눈보라 치는 언덕에 묻혀 있어요 이름 없는 구근(球根), 조마조마 두 눈을 감고 긴 겨울의 어둠 속에 알몸을 파묻고 숨만 쉬면서 죽은 듯이 있죠 내 이름 아시죠
이름은 천국의 뒤에 오고 생일은 지옥의 앞에 오죠 잠깐 현관에 멈춰서서 왜 태어났을까 어떻게 죽을까 그런 것만 고민하다 보면 가족도 친구도 잃어버리고 꽃병은 말 못할 파란 심장으로 가득 하죠
내 이름 아시죠 무덤을 열고 나와 흘러넘치는 수선화의 물결을 지나 아니, 아니, 아니요 누군가 골목에 내놓은 하얀 연탄재 구멍 속에 조마조마 샛노란 손을 꽂아 놓았죠, 내 이름 아시죠
계간 『미네르바』 2021년 여름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욱진 시인 / 모과에 대한 단상 외 5편 (0) | 2021.09.19 |
|---|---|
| 권영옥 시인 / 모르는 영역 외 1편 (0) | 2021.09.19 |
| 구순희 시인 / 오줌 누고 싶다 외 1편 (0) | 2021.09.19 |
| 강현미 시인 / 울음소리 외 4편 (0) | 2021.09.19 |
| 김예하 시인 / B플랫 단조의 골목 외 6편 (0) | 2021.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