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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관희 시인 / 새벽깃발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19.

홍관희 시인 / 새벽깃발

-광주에서 부른 노래를 미얀마에서도 함께 부르다

 

 

길은 멀고 험해도

가야 할 나라가 있습니다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새벽빛 넘치는 나라

우리들 밥과 사랑과 희망도

온몸으로 하나 되어 가야만 합니다

우리 비록 가진 것 없다 해도

우리 모두 꿈꾸는 자의 뜨거운 얼굴로

지친 마음에 마음을 걸고 노래 부르며

어둠을 가르는 새벽깃발이 되어

가야만 합니다

바윗덩이에 깔리면 그리움이라도

그리움이라도 가야만 합니다.

 

 


 

 

홍관희 시인 / 사는 법

 

 

살다가

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길을 멈춰 선 채

 

달리 사는 법이 있을까 하여

다른 길 위에 마음을 디뎌 보노라면

 

그 길을 가던 사람들도 더러는

길을 멈춰 선 채

주름 깊은 세월을 어루만지며

 

내가 지나온 길 위에

마음을 디뎌 보기도 하더라

 

마음은 그리 하더라

 

 


 

 

홍관희 시인 / 사는 법 2

 

 

살다가

 

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길을 멈춰 선 채

 

달리 사는 법이 있을까 하여

다른 길 위에 마음을 디뎌 보노라면

 

그 길을 가던 사람들도 더러는

길을 멈춰 선 채

주름 깊은 세월을 어루만지며

 

내가 지나온 길 위에

마음을 디뎌 보기도 하더라

 

마음은 그리 하더라.

 

 


 

 

홍관희 시인 / 마지막 이사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로 난 일생 동안의 길들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몸 밖으로 나가

영원으로 닿는 길 하나를 내는 것이다

 

어느 순간

한 사람의 일생이 우루루 한꺼번에 몰려왔다

한꺼번에 떠나갔다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로 난 시간의 문이 모두 닫히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수시로 열리는 기억의 자동문 하나 달아주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건 여행이 계속된다는 말이고

여행이 끝났다는 건

주민등록을 옮길 필요 없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그 어느 곳으로

마지막 이사를 하였다는 말일 것이다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잘 살아야 할 이유를 알아차리게 해 주는 것이다

밤하늘에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작은 별 하나

그 별이 뜨는 이유를 알아차리게 해 주는 것이다

 

 


 

홍관희 시인

1959년 광주광역시에서 출생. 1982년 《한국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그대 가슴 부르고 싶다』,『홀로 무엇을 하리』가 있음.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현재 KT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