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준태 시인 / 나는, 내 몸뚱이는 미얀마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22.

김준태 시인 / 나는, 내 몸뚱이는 미얀마다!

"I am, my Body, Myanmar!!"

 

 

나는 저런 戰爭을 처음 보았다 처음!

자기나라 국민들을 男女老少 가리지 않고

학살하는 ‘미얀마軍人들’을 보았다

마을사람들을 죽이고 집 한 채 남기지 않고

온 마을을 불질러버리는 미얀마軍人들!

아아 世界의 모든 나라여, 미얀마를

구출하라 미얀마의 어린이들과 어머니

목이 잘려져 나가는 부처님과

하느님의 손을 잡아 다오 아아

너희는, 너의 몸뚱이는, 바로 미얀마다!

그렇다, 그렇다, 이제는 그렇다!

미얀마 쿠데타軍部로 들어가는

모든 Root를, 그 길을 끊어라!

미얀마軍部로 뚫린 돈줄을

'Money Road'를, 절단하라!

(오오, 1980년 5월광주가 외롭게,

비참하게 싸울 때, 부처님과

하느님마저 피눈물을 흘리며 울어줄 때...

오오 종교와 國境을 초월하여,

뛰어넘어, 연대를 해주었던

나라들을,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오오, 죽어가는 짐승보다도 더 못하게

버려지는 ‘미얀마의 하늘’을

구출하라! 연대해 다오! Make a Solidarity!

아아, 우리는 모두, 모두 미얀마다!!

 

2021.6.18. Band Together!!

 

 


 

 

김준태 시인 /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

우리들의 아들은

어디에서 죽어 어디에 파묻혔나

우리들의 귀여운 딸은

또 어디에서 입을 벌린 채 누워 있나

우리들의 혼백은 또 어디에서

찢어져 산산이 조각나버렸나

 

하느님도 새떼들도

떠나가버린 광주여

그러나 사람다운 사람들만이

아침저녁으로 살아남아

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들의 피투성이 도시여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

아아 통곡뿐인 남도의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해와 달이 곤두박질치고

이 시대의 모든 산맥들이

엉터리로 우뚝 솟아 있을 때

그러나 그 누구도 찢을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아아, 자유의 깃발이여

살과 뼈로 응어리진 깃발이여

 

아아, 우리들의 도시

우리들의 노래와 꿈과 사랑이

때로는 파도처럼 밀리고

때로는 무덤을 뒤집어쓸지언정

아아, 광주여 광주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무등산을 넘어

골고다 언덕을 넘어가는

아아, 온몸에 상처뿐인

죽음뿐인 하느님의 아들이여

 

정말 우리는 죽어버렸나

더 이상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없이

더 이상 우리들의 아이들을

사랑할 수 없이 죽어버렸나

정말 우리들은 아주 죽어버렸나

 

충장로에서 금남로에서

화정동에서 산수동에서 용봉동에서

지원동에서 양동에서 계림동에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

아아, 우리들의 피와 살덩이를

삼키고 불어오는 바람이여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이여

 

아아,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넋을 잃고 밥그릇조차 대하기

어렵구나 무섭구나

무서워 어쩌지도 못하는구나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을 뚫고 나가

백의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다시 넘어오는

이나라의 하느님 아들이여

 

예수는 한 번 죽고

한 번 부활하여

오늘가지 아니 언제까지 산다던가

그러나 우리들은 몇백 번을 죽고도

몇백 번을 부활할 우리들의 참사랑이여

우리들의 빛이여, 영광이여, 아픔이여

지금 우리들은 더욱 살아나는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튼튼하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아아, 지금 우리들은

어깨와 어깨뼈와 뼈를 맞대고

이 나라의 무등산을 오르는구나

아아, 미치도록 푸르른 하늘을 올라

해와 달을 입맞추는구나

 

광주여 무등산이여

아아, 우리들의 영원한 깃발이여

꿈이여 십자가여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젊어져 갈 청춘의 도시여

지금 우리들은 확실히

굳게 뭉쳐 있다 확실히 굳게 손잡고 일어선다.

 

 


 

김준태(金準泰) 시인

1948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출생. 조선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 대학 1학년 재학중인 1969년 〈시인(詩人)〉지에 《시작(詩作)을 그렇게 하면 되나》· 《어메리카》 · 《신김수영 (新金洙瑛)》 · 《서울역》 · 《아스팔트》 등을 발표하고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참깨를 털면서》가 당선함으로써 문단에 등장. 시집으로 '참깨를 털면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칼과 흙', '밭詩', '달팽이 뿔' 등과 영역시집 'Gwangju, Cross of Our Nation', 전남고등학교 교사, 신북중학교 교사, 광주매일 편집국 부국장, 광주매일신문 편집국 문화부 부장, 조선대학교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현재 5.18 기념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