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선 시인 / 데생
장미는 수많은 복선을 가진 어둠을 엮은 그물이다 시선을 오래 붙잡는 꽃일수록 그림자는 깊다 가시에 찔린 상처처럼 4B의 발자국이 자라는 흑백의 시간 꺾일 줄 모르는 직선을 견제하는 것은 감정을 배제한 부드러운 곡선이다 여백은 표정을 감추었고 지우개는 처음부터 없었다 꽃잎마다 번져가는 흑연의 체취처럼 꽃 같은 꽃의 허기는 번식되고 그 허기, 무릎 꿇은 저녁에 닿아 바람을 긋는 빗소리 그림자로 울린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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