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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명선 시인 / 데생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30.

오명선 시인 / 데생

 

 

장미는 수많은 복선을 가진

어둠을 엮은 그물이다

시선을 오래 붙잡는 꽃일수록

그림자는 깊다

가시에 찔린 상처처럼

4B의 발자국이 자라는

흑백의 시간

꺾일 줄 모르는 직선을 견제하는 것은

감정을 배제한 부드러운 곡선이다

여백은 표정을 감추었고

지우개는 처음부터 없었다

꽃잎마다 번져가는 흑연의 체취처럼

꽃 같은 꽃의 허기는 번식되고

그 허기, 무릎 꿇은 저녁에 닿아

바람을 긋는 빗소리

그림자로 울린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8월호 발표

 

 


 

오명선 시인

1965년 부산에서 출생. 부산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오후를 견디는 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