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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예하 시인 / 거꾸로 일력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30.

김예하 시인 / 거꾸로 일력

 

 

벽에 걸린 새벽이 낱장입니다

하루를 들었다 놓았다

오늘을 달래주세요

푸른 시간들이 내일 한 장, 마른 잎 두 장... 지우고 있습니다

카운트다운은 사절입니다

나의 시간들을 철봉대에 거꾸로 매달아놓고

뒤편의 변수를 숭배하기로 했어요

내 손바닥 안에서 쥐락펴락한 것들,

캄캄할수록 더 명징한 한 줄기 빛이 아니라서

오늘이

끝점을 향해 점점 얇아집니다

빛도 호흡곤란이 있습니까

저 초록의 부스러기들

나를 비울 때까지, 내일의 운세는 인욕입니다

 

틈 사이로, 새벽이

나를 한 장 떼거나 넘기는 방식으로

 

2018년《시현실》신인상 당선작

 

 


 

김예하 시인

강원 춘천 출생, 대학에서 유아교육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 2018년 봄호「시현실」신인상 당선 등단. 동서문학회 회원, 동서문학상 및 마로니에 백일장 수상. 제19회 박인환문학상 및 시현실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