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하 시인 / 거꾸로 일력
벽에 걸린 새벽이 낱장입니다 하루를 들었다 놓았다 오늘을 달래주세요 푸른 시간들이 내일 한 장, 마른 잎 두 장... 지우고 있습니다 카운트다운은 사절입니다 나의 시간들을 철봉대에 거꾸로 매달아놓고 뒤편의 변수를 숭배하기로 했어요 내 손바닥 안에서 쥐락펴락한 것들, 캄캄할수록 더 명징한 한 줄기 빛이 아니라서 오늘이 끝점을 향해 점점 얇아집니다 빛도 호흡곤란이 있습니까 저 초록의 부스러기들 나를 비울 때까지, 내일의 운세는 인욕입니다
틈 사이로, 새벽이 나를 한 장 떼거나 넘기는 방식으로
2018년《시현실》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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