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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차의갑 시인 / 도마의 경전

by 파스칼바이런 2021. 10. 30.

차의갑 시인 / 도마의 경전

 

 

낡고 젖은 도마를 어르고 말리며

줄줄이 패인 상흔의 면면을 읽는다

도마와 칼이 처음 만났을 때

거로는 네모 반듯듯한 얼굴이었다

어쩌다 서슬푸른 날선 성품 만나

난도질 당해도 묵묵히 참았다

아랑곳 없이 베이고 깎이고 닳은

흔적들은 불면의 신념

시시때때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스스로 마음 다지는 소리 듣는다

스륵스륵 제 살을 내어주며

칼로 새긴 경전에 귀 기울여본다

 

 


 

차의갑 시인

대전에서 출생. 2010년 《시에티카》로 등단. 수레바퀴문학회 회원. 대전작가회의 회원. 시집 『바지락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