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창욱 시인 / 나에게 어제가 내일이라면
만약 나에게 어제가 내일이라면 할아버지께 고사리손으로 먹을 더 갈아 올릴 것이고 천자문도 외웠을 것이다 만약 나에게 어제가 내일이라면 할머니 따라 한번 더 산나물 캐러 갈 것이고 약초 캐어 할머니께 약 한 첩 더 사 드릴 것이다.
만약 나에게 어제가 내일이라면 고생 많았던 아버지 품에 단한번이라도 안길 것이고 인생의 고됨도 덜어 줄 것이다 만약 나에게 어제가 내일이라면 지팡이 디디며 마을끝까지 바래주는 어머니를 단한번이라도 꼭 안아 줄 것이고 치매에 앓았던 어머니 몸 한번 더 씻어올릴 것이다 만약 나에게 어제가 내일이라면 숨 막히는 실(?)이 꿈처럼 사라지는 허(虛)로 득(得)과 실(失)의 몸과 마음 가볍게 봄의 새싹같이 뾰조뾰족 여름의 한 점의 바람같이 솔솔 가을의 낙엽같이 사르르 한겨울 소리없이 내리는 눈같이 보송보송
봉창욱 시인 / 어머니 젖줄기 ㅡ백두산폭포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보며
당신은 햇살과 웃으며 달빛과 속삭이며 나의 피부로 스며든다
당신은 바위와 살짝 스치며 용암과 분신쇄골 되며 나의 마음으로 흐른다
당신의 흐르는 소리에 따라 가슴을 땅에 대고 머리 위로 두 손 펴 눈을 감고 하늘을 고이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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