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칠환 시인 / 바람
저놈은 대단한 독서광 아니면 문맹이 틀림없다 열흘째 넘기지 못한 서적을 돈 세듯 넘겨놓고, 포플라 잎 팔만대장경을 일제히 뒤집어 놓은 채 달아난다
시집 <전쟁광 보호구역> 2012년 지혜사랑
반칠환 시인 / 팔자
나비는 날개가 젤루 무겁고 공룡은 다리가 젤루 무겁고 시인은 펜이 젤루 무겁고 건달은 빈 등이 젤루 무겁다
경이롭잖은가 저마다 가장 무거운 걸 젤루 잘 휘두르니
반칠환 시인 / 하나님 놀다가세요
하나님 거기서 화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 오늘따라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들판은 파랑물이 들고 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정 그렇다면 하나님 이쪽으로 내려오세요 풀 뜯고 노는 염소들과 섞이세요 염소들의 살랑살랑 나부끼는 거룩한 수염이랑 살랑살랑 나부끼는 뿔이랑 옷 하얗게 입고 어쩌면 하나님 당신하고 하도 닮아서 누가 염소인지 하나님인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놀다 가세요 뿔도 서로 부딪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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