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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설태수 시인 / 흘러가는 물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 24.

설태수 시인 / 흘러가는 물이

 - 강희안, <高士觀水圖>

 

 

흘러가는 물이 햇볕에 반짝인다

순간순간이 반짝 거리고

적막이 따끔거린다

아, 저 청개구리

초록등짝이 반짝인다

팔짝팔짝 뛰어가도 반짝인다

뛰어든 풀숲이, 흔들리는 숲이

반짝반짝 따끔따끔 시원시원

흐르는 냇물이

출렁이는 바다가

나부끼는 잎들이

반짝거린다

들숨 날숨에 흔들리는 몸짓은

낮과밤을 들락거리는 몸짓은

밤에도 반짝거린다

안봐도 반짝거린다

 

 


 

 

설태수 시인 / 정면으로

 

 

수면에 직각으로

물오리가 잠수한다

해녀가 머리로 入水하고

탄생하는 아기와

밭가는 소도

머리로 허공을 가른다

 

90도로 박힌 못이 제 구실 하듯

정수리로 내리 꽂아야

한 세계를 파고 들 수 있다

물이든 허공이든

정면으로 응하는 것들만 받아준다

목숨 거는 것들만 살아남는다

 

 


 

설태수 시인

1954년 경남 의령 출생. 성균관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 영문과 졸업.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열매에 기대어』, 『푸른 그늘 속으로』, 『소리의 탑』등이 있음. 공간시낭독회 상임 시인. 성균문학상 수상. 현재 세명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