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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규원 시인 / 들찔레와 향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 25.

오규원 시인 / 들찔레와 향기

 

 

사내애와 계집애가 둘이 마주보고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다

오줌 줄기가 발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서로 오줌 나오는 구멍을 보며

눈을 껌벅거린다 그래도 바람은 사내애와

기집애 사이 강물소리를 내려놓고 간다

하늘 한 켠에는 낮달이 버려져 있고

땅을 헤집고 있는 강변

플라스틱 트럭으로 흙을 나르며 놀던

 

 


 

 

오규원 시인 / 서산과 해

 

 

고욤나무가 해를 내려놓자

이번엔 모과나무가 받아든다

아주 가볍게 들고 서서 해를

서쪽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옮긴다

가지를 서산 위에까지 보내놓고 있는

산단풍나무가 옆에서

마지막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 무리의 새가 와서

산단풍나무 가지를 흔들어본 뒤

어디론가 몸을 감춘다

 

 


 

오규원(吳圭原, 1941~2007) 시인

1941년 경남 삼랑진에서 출생. 본명은 규옥(圭沃)이고,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 시집으로『분명한 사건』, 『순례』,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이 땅에 씌어지는 抒情詩』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사랑의 감옥』 『길, 골목,호텔 그리고 강물소리』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오규원 시 전집』 1 ·2 등과 시선집 『한 잎의 여자』 그리고  유고시집 『두두』가 있음. 그밖의 저서로는 시론집 『현실과 극기』,  『언어와 삶』 등과 『현대시작법』이 있음.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역임. 2007년 65세로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