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 시인 / 들찔레와 향기
사내애와 계집애가 둘이 마주보고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다 오줌 줄기가 발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서로 오줌 나오는 구멍을 보며 눈을 껌벅거린다 그래도 바람은 사내애와 기집애 사이 강물소리를 내려놓고 간다 하늘 한 켠에는 낮달이 버려져 있고 땅을 헤집고 있는 강변 플라스틱 트럭으로 흙을 나르며 놀던
오규원 시인 / 서산과 해
고욤나무가 해를 내려놓자 이번엔 모과나무가 받아든다 아주 가볍게 들고 서서 해를 서쪽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옮긴다 가지를 서산 위에까지 보내놓고 있는 산단풍나무가 옆에서 마지막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 무리의 새가 와서 산단풍나무 가지를 흔들어본 뒤 어디론가 몸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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