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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전봉건 시인 / 피아노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14.

전봉건 시인 / 피아노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전봉건 시인 / 과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

 

 

창가에서

들어요

둘이서만 만난 오붓한 자리

빵에는 쨈을 바르지요

 

오 아니예요

우리가 둘이서 빵에 바르는

이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예요

우리는 과수원 하나씩을

빵에 얹어 먹어요

 

불빛 아래서

들어요

둘이서만 만난 고요한 자리

잔에는 포도주를 따르지요

오 아니에요

우리가 둘이서 잔에 따르는

이 포도주는 포도주가 아니라 꿈의 즙

우리는 진한 꿈의 즙을 가득히

잔에 따라 마셔요

 

나는

당신 앞에 당신은

내 앞에

둘이서만 만난 둘만의 자리

사실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오 배가 불러요

보세요

우리가 정결한 저를 들어

생선의 꼬리만 건드려도

당신과 내 안에 들어와서 출렁이는

이렇게 커다란 바다 하나를.

 

 


 

전봉건(全鳳健) 시인(1928~1988)

1928년 평남 안주 출생, 숭인중학교. 1988년 영면 (향년 59세). 평양 숭인중학교 졸업 후 월남. △1950년'문예'에 시 '원(願)' '사월(四月)' '축도(祝禱)' 등 미당과 영랑의 추천으로 등단. '예술시보' '문학춘추' 등 편집 실무, '현대시학' 창간 및 주간, 자유문협 상임위원, 문총 중앙위원, 한국시인협회 간사 및 중앙위원 역임. 제3회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 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수상. 시집 : '사랑을 위한 되풀이' '춘향연가' '속의 바다' '북의 고향' '돌' '트럼펫 천사' '기다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