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밝은 시인 / 동백숲을 사들이다
여기저기 해찰하다 온 동백꽃이 속세의 얼굴을 느껴보려 기척 하는 날
산문(山門) 입구 카페 커피 대신 겨우 찾아 내놓은 탁주 두어 병
까불대는 입 밖으로 내달리는 아찔한 말[言]들을 추스르다
치맛단 가볍게 들어 올리는 동백을 덥석 끌어안기 부끄러웠지만, 오매
모두들 눈독 들인 선운사 동백숲이 탁주 두어 병에 내 차지가 되었다
눈썹달도 헝클어진 머릿결로 신음하며 곁에 주저앉던 밤이었다
김밝은 시인 / 사이코메트리*
냄새나는 하루를 쏟아놓고 가을을 흔드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던 문장들이 터벅터벅 다가오는 날이지 열심히 골똘해지는 중이지
따뜻한 기척에도 추적할 수 없는 손금이 있어서 가끔은 부질없는 발길이 가슴에 턱 자리 잡기도 하지 더 이상 나를 해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름에 손만 얹으면 전생의 전생까지 환하게 읽히는 순간이 올지 모르지 아슴푸레한 시절을 들여다보면 그늘의 장막 아래서 당신은 시를 쓰고 나는 그저 노래나 한 뼘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허공을 더듬으며 추락하는 나뭇잎처럼 울고 싶을 때도 당신 이름에 이마를 얹지는 않지, 않지가 않기가 되기도 하지 가위눌리는 밤은 계속될지도 모르지
나란히 한 곳을 바라보며 입꼬리 살짝 올라가던 풍경만 꼭 움켜쥐고,
*사물에 손을 대어 그 물건과 관련된 정보를 알아내는 일종의 초능력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진은 시인 / 점박이꽃 (0) | 2022.03.12 |
---|---|
김윤진 시인 / 가슴으로 느끼는 가을 외 1편 (0) | 2022.03.12 |
김명수 시인 / 북두칠성(北斗七星) 외 1편 (0) | 2022.03.12 |
황동규 시인 / 건성건성 외 1편 (0) | 2022.03.11 |
홍정순 시인 / 현장검증 (0) | 2022.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