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하 시인 / 시인들
언제 어디서고 기념사진 속에서라면 시인은 다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사진속의 인물들이 설사 한 무더기 삼성장군 (三星將軍)이거나 논통 노동자 투성이로 떡을 치고 있더라도
엿장수 마음대로? 절대로 시인은 시인이기를 그만 둘 …수가 없다. 뒈진 듯하면서도 살아있고 같은듯하면서도 어딘가 다르고, 없는 듯하면서도 언젠가는, 기필코 드러나고야 만다. 어느 시궁창 속에서도, 어떤 누더기 한 복판에서도
그것은 실은 아무 것도 아닌 돌의 이름이고 다시 밟혀 죽는 그 꿈이고, 꿈이 깔기는 똥이고, 똥 속에 숨은
그 뭣의 똥 …이다 그 뭣의 똥! 그 뭣의 똥!
비록 그것이 민족이거나 당대 민중의 주린 허리를 죄는 번쩍이는 버클은 못될지라도
나는 쓴다, 만신창이의 자존심을 내걸고 나는 쓴다, 그 보다 더 거덜난 내장과 쓸개를 담보로
나는 쓴다, 뒤집혀 맴도는 풍뎅이의 이름으로! 나는 쓴다, 시든 페니스와 쪼그라든 홍합을 위하여! 나는 쓴다, 탈장항문(脫腸肛門)과 고름과 개흙과 검뎅과 나는 쓴다, 곰팡이와 재와 그리하여 채마밭에 뿌려지는 한 무더기 퇴비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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