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시인 / 철자법
겨울 포도원의 포도나무 넝쿨들은 줄줄이 팽팽하게 가로질러 놓은 철선을 따라 삐뚤삐뚤 끌려가고 있다
그래, 삐뚤삐뚤 삐져 나오는 이 철자법! 울퉁불퉁 만져지는 것이 거친 계류같다
결박당하지 않는 혈행(血行)이 있다 이걸 붉게 마셨구나
혹한의 한 복판에다가 굵게 양각하는, 그렇게 계속 길 뚫는, 오 오매불망오매불망 가는, 자필의 끔찍한 기록이 있다 달콤한 사랑
문인수 시인 / 6월
풀물 들지 않은 풀이 없구나. 우포늪 돌며 여러 풀 이름을 듣는다 개구리밥 물 갈대 창포 사초 부들 고랭이 생이가래 개여뀌 누운기장대폴 풀물 들지 않은 풀이 없구나. 둑으로 올라와 풀의 전 세계를 본다 풀들은 제각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높고 낮은 키의 소수민족들 그 초록의 말씨가 조금씩 무더기 무더기 다르다. 그러나 풀물 들지 않은 풀이 없구나. 햇살 아래 바람 속 물이랑 위에 젖은 것 말리며 또 젖으며 저런 춤, 함성처럼 고요히 우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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