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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채선 시인 / 등단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19.

채선 시인 / 등단

 

 

난 그때 청국장을 끓이고 있었다.

신 김치를 썰고 두부를 또닥또닥 썰어 넣으면서, 수술 후 집에서 회복 중인

그의 휴식도 또닥또닥 썰어 넣고 있었다.

찌개가 끓기 시작했을 때,

그의 기침소리 동동 떠다니고, 그의 엄살이 간을 맞췄다.

접시에 반찬을 챙겨 담으면서 나의 울화증도 한 대접 퍼 담아,

오후 시간을 열심히 컴퓨터에 비벼 넣고 있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독백을 깨고 난생처음 문예지에 실린 나의 시가 도착되었다.

설레임 때문인지 포장을 푸는 손은 자꾸 헛손질을 해대고,

잉크를 얌전히 바른 활자들이,

세상의 빈자리를 향해 조심조심 걸어 나서고 있었다.

눈이 마냥 내리던 날 오후

그가 컴퓨터에서 식탁으로 등단을 하려던 순간, 나도

그의 시중들기에서 시 세상으로 마악 등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채선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3년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으로 『삐라』(한국문연, 2013)가 있음. 현재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편집장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