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왜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 키우는 현실을 개탄했나 반려동물도 소중하지만, 자녀 양육하는 풍요로움 외면해선 안 돼 가톨릭평화신문 2022.01.23 발행 [1647호]
▲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주님의 세례를 기념하는 미사 중 아기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 알현에서 반려동물 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5일 교황청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성 요셉을 주제로 강론하는 도중 부부들이 자녀를 갖지 않고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풍조에 대해 이기적이라고 개탄했다. 일부에서는 아기 낳기를 한없이 두려워하는 젊은 부부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황은 왜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현실을 지적했을까? 교회는 반려동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교황 발언의 진정한 뜻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교황의 말! 말! 말!
교황은 최근 수요 일반 알현에 생물학적인 이유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들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부모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며 입양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아이를 갖는 것은 항상 위험하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세계의 많은 아이가 자신들을 돌봐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부부가 아이를 원치 않아 갖지 않거나, 더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한 명만 낳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강아지 두 마리,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고, 강아지와 고양이가 아이들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 문명사회가 늙어가고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은 부모가 되는 풍요로움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혼인한 이들은 아이를 갖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사회 풍조를 개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적 타락의 또 다른 현상”이라며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관계는 부모와 자식 간 복잡한 관계보다 쉽다”고 꼬집었다.
교황은 반려동물을 무시했나?
교회는 오래전부터 인간은 동물과의 관계를 창조주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맺어왔다고 본다. 어떤 동물은 사람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어떤 동물은 위로가 되기도 하며, 어떤 동물은 인간의 양식이 되기도 한다.
주교회의가 사도좌가 추인해 한국어판으로 공식 발간한 「축복 예식」 21장 ‘동물 축복 예식’을 살펴보면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주님, 저희와 함께 살도록 가축들을 보내시어 자녀들을 위로해 주셨으니 찬미받으소서.’ ‘주님, 가장 비천한 피조물을 통해서도 저희를 하느님의 사랑으로 끊임없이 이끌어 주시니 찬미받으소서.’(청원 기도 중) 이는 반려동물이 자녀에게 위로가 되고 반려동물을 통해 하느님의 피조물인 반려동물을 통해 하느님 사랑으로 이끌어 주심을 청원하는 내용이다.
“성경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물 하나하나의 이름을 짓도록 허락했다”(창세 2,19-20)라는 구절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교회는 동물을 인간과 함께하는 중요한 존재로 보고 있다. 성경의 노아 이야기(창세 6―9장)를 살펴보면, 방주에 온갖 생명이 종류대로 짝지어 탔음을 알 수 있다. 인간에 의해 타락한 세상을 새롭게 하려는 하느님의 뜻은 노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향하고 있었고, 노아에게는 그들을 챙겨 방주에 태우는 임무가 주어졌다.
198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동물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한 이들의 친구’라 불리는 청빈한 생활로 존경받아온 성인이자 동물과 자연 등 창조주의 생태계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과 유럽 교회에서는 해마다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에 모든 동물을 축복하는 예식을 거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동물 축복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결국, 교황이 자녀를 갖지 않고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걸 개탄한 건 아이를 낳거나 기르는 부부의 중요성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반영한 것이지 반려동물이 중요하지 않거나 동물을 학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교황 발언의 배경은
교황은 지난해 말 이탈리아의 출생률이 발표되자 ‘이탈리아가 인구 통계학적인 겨울’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은 12월 14일 2020년 기준 신생아 수가 40만 4892명으로 1861년 이래 1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1만 5192명 감소했다. 이탈리아의 연간 신생아 수는 2009년부터 12년째 감소세다.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도 1∼9월 현재 신생아 수는 2020년보다 1만 2500명가량 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24명, 이탈리아인 혈통 여성의 출산율은 1.17명으로 각각 역대 최저치였다. 반면에 사망자 수는 74만 6146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았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이탈리아 총인구는 5925만 7000여 명이다. 현재와 같은 출생률과 사망률이 이어지면 이탈리아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게 분명하다.
한국의 출산율 현주소
한국의 자연 인구 감소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출생아 수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연속으로 줄고 있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인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5년 기준 1.24명에서 2020년 0.84까지 떨어졌다. 1971년 100만 명을 넘었던 신생아 수가 2002년 49만여 명으로 떨어지더니 2020년에는 27만 2000명으로 또 반토막 났다. 2021년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졌을 게 분명하다. 국내 여성 1명이 가임기에 걸쳐 1명의 아이도 낳기 힘든 ‘초저출산 사회’다. 2017년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의 출산율을 보고 ‘집단자살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교황의 진정한 뜻은 무엇일까?
교황의 발언이 전해진 후 일부에서는 아기 낳기를 한없이 두려워하는 젊은 부부들을 설득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혼도 않고, 자녀를 건사하거나 속앓이를 해 본 적이 없는 교황의 조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젊은 세대의 현실이 너무 각박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2021년 5월 교황은 로마 콘실리아치오네 오디토리움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리 등 이탈리아 공공ㆍ민간 부문 지도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출산율 저하 문제를 논의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 노력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혼한 부부들이 자녀보다 개나 고양이를 기르려고만 한다”는 지적은 자녀를 양육하고 가르쳐 가족을 완성하는 기쁨과 행복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호소이며, 출산은 하느님 창조 사업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 발언이다. 뚝뚝 떨어지는 출산율을 보면서 왜 교황이 이런 발언을 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국가는 출산과 양육, 자녀 교육이 심각한 경제적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가정에 실질적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교회 역시 출산을 두려워하는 젊은 부부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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