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 시인 / 해당화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나는 바람이 부니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을 뿐 통증은 190에 120 오래 함구하던 상처처럼 해변에서 태어났고 해변에서 경계를 넘고 있다 붉은 울음이 들려온다 울음이 혈관을 찢는다 내 몸의 가시가 내 눈을 찌른다 나는 나를 벗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감기인 줄 알았는데 말기였고 모래인 줄 알았는데 바위였다 눈물인 줄 알았는데 폭우였고 정말이지 뇌출혈인 줄 알았는데 우울이었다 모든 게 경계 넘어 악성이었다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합니다 여기가 무덤입니까 다음 계절 쪽으로 한 발짝도 옮기지 못했는데 오늘은 흐린 허공에서 칼날이 쏟아진다 바다는 흐느끼고
안민 시인 / U와 u
사연 많은 U가 그를 사랑한다고 한다 사연 잃은 u도 그를 사랑한다고 한다 그는 자꾸만 어두워진다 복제된 그림자가 점점 부풀고 U와 u가 절대 포기를 모르는 듯 전속력으로 유턴한다 과거의 새벽에서, 현재의 저녁에서, U는 누가 뭐래도 첫사랑이고 오염된 비가 내린다 u는 누가 뭐래도 버려진 시를 주우러 다니고 오염된 눈이 내린다 자식을 양육하는 늙은 소녀U 남편을 양육하는 늙은 소녀u 잃은 첫사랑이 시를 주우러 다니는 것? 가장 위험한 구간의 유턴이다 은밀한 동공이 CCTV처럼 U와 u를 감시하고 어둠은 더욱 투명해진다 U와 u의 배후는 실패한 속도, 전력을 다한 정지, 과연 회귀라는 게 있기는 했던 걸까 도로는 어떻게 정의됩니까 참으로 윤리적 불화입니다 새벽 두 시 화분이 결빙된 입술 하나를 그의 꿈 안으로 쨍그랑 떨어뜨릴 때 오염된 눈과 비로 뭉쳐진 사연들, 도로를 이탈하여 벽을 향해 질주한다
- 시집 ’아난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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