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숙 시인 / 봄밤의 건축가
소쩍새가 망치를 두드려 후동리 밤하늘에 구멍을 내고 있다 소쩍소쩍 두드린 자리마다 노랗게 별이 쏟아지는 걸 보니 아마 그리움을 건축하는 중인가 보다
노랗게 황달을 앓으며 어머닌 별처럼 익어가셨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 세상사 조심해라, 시던 어머니 아버지가 잘못 밟아 터져버린 먹구름 솔기 등으로 그 빗줄기 묵묵하게 막아내던 어머니 어머니의 구부린 등 안쪽은 언제나 따듯한 방이었고, 옷이었고, 밥상이었다 조심조심 구름을 살피며 발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나도 정년을 바라본다
사회에 나가거든 한 우물만 파거라 주문처럼 당부하시던 어머니 40년 한 우물만 파서 처자식 목마르지 않게 건사하였다 잘 살 았다는 안도의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흰 구름 되어 떠나신 엄마 자식을 위해 구부렸던 등을 이제야 하얗게 풀어놓으신다
소쩍새의 망치질 소리를 따라 세다가 솟아나는 별의 이마를 깨끗하게 닦아주다가 내 머리끝으로도 구름 한 자락 하얗게 내려앉는 새벽이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3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효경 시인 / 금요일까지 여기 머물러요 (0) | 2022.08.07 |
---|---|
장성호 시인 / 미장원 시다 외 1편 (0) | 2022.08.07 |
홍순영 시인 / 새를 찾으러 갔다 (0) | 2022.08.06 |
박명보 시인 / 가마우지* 종족 외 3편 (0) | 2022.08.06 |
김기찬 시인 / 화무십일홍 (0) | 2022.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