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시인(서울) / 미장원 시다
한 달에 한 번 금남의 집에 들르는 덥수룩한 김 씨 입구에 들어서자 흰 가운 입은 여인이 머리숙여 겉옷을 받아주고 마실거 내 준다 정오 미사 행해지자 굵은 목에 앞치마 두르고 의자에 앉는다 한참만에 눈 떠보니 거울 속 낯선 자 말쑥하다 저기 테레샤 수녀 따끈한 물로 어린아이의 머리 감겨주고 있다
장성호 시인(서울) / 이방인 시편-화양연화
서초 고속도로변 오솔길 ' 유메지의 테마' 첼로 선율이 숲 속에 격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그녀는 눈부신 햇살 아래 가여린 어깨를 드러내며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 그가 그녀 곁을 지나갈 때마다 그녀는 늘 치파오를 입고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면서도 그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않는다 그도 멀리서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그녀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않는다 어느날 그가 그녀 곁에 지날 갈 때 그의 신발끈이 풀려 그녀 곁에 가까이 머물게 된다 그녀는 그의 신발끈 고쳐매는 모습을 염소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영화 '화양연화'의 두 주인공 차우와 리첸처럼 두 사람은 서로 가슴속에 붙들어 놓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시절을 참아내고 있는 것 같다 숲 속의 텅빈 나무벤치 하나 다시 오지 않는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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