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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성호 시인 / 미장원 시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7.

장성호 시인(서울) / 미장원 시다

 

 

한 달에 한 번

금남의 집에 들르는

덥수룩한 김 씨

입구에 들어서자

흰 가운 입은 여인이

머리숙여 겉옷을 받아주고

마실거 내 준다

정오 미사 행해지자

굵은 목에 앞치마 두르고

의자에 앉는다

한참만에 눈 떠보니

거울 속 낯선 자 말쑥하다

저기 테레샤 수녀

따끈한 물로 어린아이의

머리 감겨주고 있다

 

 


 

 

장성호 시인(서울) / 이방인 시편-화양연화

 

 

서초 고속도로변 오솔길

' 유메지의 테마' 첼로 선율이 숲 속에 격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그녀는 눈부신 햇살 아래 가여린 어깨를 드러내며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

그가 그녀 곁을 지나갈 때마다

그녀는 늘 치파오를 입고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면서도 그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않는다

그도 멀리서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그녀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않는다

어느날 그가 그녀 곁에 지날 갈 때

그의 신발끈이 풀려 그녀 곁에 가까이 머물게 된다

그녀는 그의 신발끈 고쳐매는 모습을 염소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영화 '화양연화'의 두 주인공 차우와 리첸처럼 두 사람은 서로 가슴속에 붙들어 놓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시절을 참아내고 있는 것 같다

숲 속의 텅빈 나무벤치 하나

다시 오지 않는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장성호 시인

1958년 서울 출생.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2005년 <시와 창작>으로 등단. 현재 건설교통부 공항개발팀장으로 재직 중. 첫 시집 '가을겨울봄여름'(문학의전당 펴냄)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