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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연숙 시인 / 봄밤의 건축가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7.

송연숙 시인 / 봄밤의 건축가

 

 

소쩍새가 망치를 두드려

후동리 밤하늘에 구멍을 내고 있다

소쩍소쩍 두드린 자리마다

노랗게 별이 쏟아지는 걸 보니

아마 그리움을 건축하는 중인가 보다

 

노랗게 황달을 앓으며 어머닌 별처럼 익어가셨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

세상사 조심해라, 시던 어머니

아버지가 잘못 밟아 터져버린 먹구름 솔기

등으로 그 빗줄기 묵묵하게 막아내던 어머니

어머니의 구부린 등 안쪽은

언제나 따듯한 방이었고, 옷이었고, 밥상이었다

조심조심 구름을 살피며 발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나도 정년을 바라본다

 

사회에 나가거든 한 우물만 파거라

주문처럼 당부하시던 어머니

40년 한 우물만 파서

처자식 목마르지 않게 건사하였다

잘 살 았다는 안도의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흰 구름 되어 떠나신 엄마

자식을 위해 구부렸던 등을 이제야 하얗게 풀어놓으신다

 

소쩍새의 망치질 소리를 따라 세다가

솟아나는 별의 이마를 깨끗하게 닦아주다가

내 머리끝으로도 구름 한 자락

하얗게 내려앉는 새벽이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3월호 발표​

 

 


 

송연숙 시인

춘천에서 출생. 강원대학교 및 同 대학원 졸업. 2016년 월간 《시와 표현》 신인상으로 등단. 201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9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밀알상 당선. 시집으로 『측백나무 울타리』와 『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발자국을 버리고 간다』가 있음. 현재 『시와 표현』 편집장, 한국시인협회 회원. 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