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병초 시인 / 송어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4.

이병초 시인 / 송어회

 

 

송어를 근수 달아서 파는 초막집

도톰하게 썰려 접시에 깔린 붉은 살점들이

삐쳐서 꽉 다문 입술 같다

비린내 서린 꽃잎에 눈길 쏠리듯

살점에 쏠리는 입맛을 젓가락으로 집으려다보니

거기 박혀 금 그어진 실핏줄 무늬가

수평 잡힌 듯 팽팽하다

어딘가에 쏠리다 말았을 저 실핏즐 무늬

목 쉬다 쉬다 지쳤을

저 뼈 비린 줄금을 따라가다 보면

삐뚤빼뚤 감겼다 되풀어지는

근수 모자라는 내 허기도 팽팽해지는가

도톰하게 썰린 살점들도 가지런해지는가

창밖에 버들가지들 새 물이 올랐다고

장끼도 꺼억꺽 목이 쉬었다

 

 


 

 

이병초 시인 / 한송이

 

 

면도하려고 볼에 비누 거품을

쓰윽 묻히고 보니

거울 속에도 비가 내립니다

무성한 목련 이파리 밑에 백합 한 송이

오소소 빗방울 깨물어 먹습니다

여태 어디로 가지도 못하고

싸릿대 같은 빗발에 몰매 맞으며

어제를 앓는 꽃송이

비누 거품 묻은 면도날에 쓰윽 밀립니다

감기 든다고, 어여 들어가라고

수건으로 닦고 문질러봐도 소용없는

왼쪽 볼에 핀 꽃송이

싸릿대 같은 빗발에 더 또렷해집니다

 

 


 

이병초 시인

1963년 전북 전주 출생. 우석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수학. 1998년 《시안(詩眼)》에 연작시 〈황방산의 달〉로 등단. 시집으로 『밤비』와 『살구꽃 피고』 『까치독사』가 있음. 불꽃문학상 수상.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