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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원옥 시인 / 바다의 비망록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6.

김원옥 시인 / 바다의 비망록

 

 

들고날 때마다

한 번도 있었던 적 없는

새 형상을 만드는

푸르디푸른 살갗을 가진 너

무엇이든 정갈하게 씻어 버리겠다는 듯

광대무변의 너그러움까지 보여주는

너의 법석은

나를 유혹하는데

 

나 이제 그만 너에게

내 평생의 일기장을 다 주어야겠다

 

그리고

집에 가야겠다

 

-김원옥시집 [바다의 비망록](황금알, 2015)에서

 

 


 

 

김원옥 시인 / 인연

 

 

꽃밭에 채송화들

순이 자라 꽃이 핀다

이 꽃이든 저 꽃이든

같은 모양 같은 향기다

 

한 송이 꽃이 진다

또 한 송이 꽃이 진다

 

한 송이는 땅으로

한 송이는 하늘로

바다로

산으로

 

그렇게 갈까

그렇게 가서

다시 필까

 

이담에도

한 뿌리에서 함께 필까

 

 


 

김원옥 시인

서울에서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불문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불문학과 졸업. 프랑스 부앙대학교 불문학과 박사과정을 3년 수료. 2009년 <정신과표현>으로 등단. 한양대와 숭실대 등에 출강, 인천광역시 문화원협회장과 인천시연수문화원장을 역임. 인천 알리앙스프랑세즈 프랑스문화원 운영위원장. 시집으로 <바다의 비망록>, 에세이집으로 <먼 데서 오는 여인> 등이 있다. 고 이가림 시인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