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시인(교수) / 강둑에서
흐르고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것은 강물뿐이랴 겨울 풀린 강 둔덕에 서면 봄살에 따뜻해진 구비 따라 바람에 이렁이렁 물이 일고 돌아올 길 버리고 떠나는 물살 마다 얼룩진 한 세상이 이름없는 생애가 더불어 묵묵히 흘러가고
내려다 보이는 것은 강물뿐일까 살아옴의 굴곡 속으로 돋우웠던 날선 살시림을 거두며 삶의 한 자락씩 풀어 가는 눈빛으로 들여다보는 물살 아래론 물색 짙은 슬픔이나 청청한 절망의 출렁임 견디어 부드럽게 몸을 가라앉힌 둥글고 작은 인고의 모습들
조용조용 서로의 아픔 다둑이는구나
-김진희시집-가슴의 불길 감출 수 없는 때
김진희 시인(교수) /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골목은 쓰라리다 바람처럼 사람들이 스쳐간다 어둔 거리 숱한 얼굴들 이름 없이 사라진다 바쁘게 사라지는 그들의 등뒤 그림자만 남는다 그림자들 모여 안개가 핀다 안개에 갇힌 절규 소리를 잃는다 두절된 소리의 유배지 교신을 위한 주파수가 범람한다 너도 나도 돌리는 채널의 잡음 속 모두의 사연들 무산된다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 매몰된 비명을 암장하고 은폐된 골목은 더욱 쓰리다 오늘따라 바람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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