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영 시인 / 습득
1호선 지하철 분실물센터에 있는 건 하얀 차를 두어 개와 나를 따라온 청태 사이로 비치는 오대산 맨가슴 그리고 가부좌 틀고 있는 청량선원이네 그곳엔 내가 주워온 금빛 옷을 걸친 늙은 부처 아니 법당 왼쪽에 단정히 앉아 있던 이마 말간 문수동자가 있네 아니 이날
툇마루에 졸고 있는 하늘 한 자락과 푸른 솔잎 입에 문 물총새 한 마리 그리고 솔바람이 있네 아니 지하철 분실물쎈터 알림판엔 깔깔 웃던 습득물이 붙어 있네 동굴속으로 고함지르며 사라진 습득이 붙어있네 습득이 보이네
송준영 시인 / 임제록
청명한 한 낮 쓸데없이 생사해탈이니 견성성불이니 요따위 것 가르치고 있나? 임제한테 와서 보화는 늘 이렇게 씨부렁거린다
임제에게 제자들이 보화가 도가 있는 중이냐 없는 소냐? 하는데, 보화가 미친놈처럼 나타난다 너가 성현이냐 범부냐? 임제가 묻자 그럼 너가 말해라 내가 성현이냐 범부냐? 임제가 할을 하니 보화가 제자들을 돌아보며 하나는 새 며느리요 하나는 할미군 하는 말끝, 임제가 도적놈! 하고 외치자 도적이라 도적이라 되받아 씨부렁거리며 나간다 보화가 사라진 책갈피에 가을이 비치는 볕 따슨 한낮!
송준영 시인 / 고요
세상 밀쳐놓고 딴전 부리는 돌 이다
세상 싸 덮는 저 막무가내의 밥보자기
송준영 시인 / 한빛(一色)
그으면 사라지고 사라지면 긋나니, 창 밖 강변 젊은 이 한 쌍이 마주보고 웃고 있다
손가락으로 허공에 원을 긋지 말라 원 밖에 원이 있고 원 안에 원이 있다
무엇이 일색의 소식인가?
한빛 한빛 한빛, 이미 빛 안 출렁이는 파도소리인가
가를 街角, 생선 파는 노파 눈 섶 찡긋 해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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