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자 시인 / 인연
사랑하는 사람아! 살랑이는 바람타고 배시시 얼굴 붉히며 간질어하는 어린웃음으로 내 품에 들어오는가? 태고의 인연이 아닌, 천상의 연으로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를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정열적 뜨거운 사랑으로 내 품에 들어오는가 거침없는 소낙비처럼 굳을 돌처럼 천상의연으로
사랑하는 사람아! 지난시간 아쉬워 그리며 홀로 선 나무처럼 아픔도 화려함도 뒤로 한 채 내 품에 들어오는가 바람 타고 흙으로 돌아갈 마음으로 천상의 연으로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는 겨울아이처럼 눈송이 날리며 내품에 들어오는가 흐트러짐에 불같은 정열도 다 사위어 버린 채 지친 둘이 아닌 하나가 되고픈 천상의 연으로
이인자 시인 / 봄날의 일기예보
내일의 일기예보에서 봄비가 내린다
매일 일기예보를 듣는다는 것은 늙어가고 있다는 것 속수무책 비를 맞으면 몸이 먼저 아프거나 대륙의 모래가 반도를 덮는 날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 할 수 없다는 것 알고 있다. 봄비가 온다고 해도 반드시 온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올 것이라 반쯤 믿는 것은 틀리거나 맞거나 일단 한번 태어나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어긋난 일기(日記)와 닮았기 때문이다
동해 먼바다 물결은 2.0m~4.0m의 물결로 높다 점차 낮아진다 고깃배 몇 척을 흔드는 풍랑 매몰차게 걷어차이는 섬바위 동해 먼바다는 몇 해리쯤일까 대륙의 고기압은 언제쯤 동해 먼바다에 닿아 물결을 낮아지게 할 것인가 고기압을 만난다고 다 봄날이 아닌 것처럼 착한 남자를 만난다고 착한 삶을 사는 건 아니지 모든 것이 예정인 일기예보처럼 반쯤 맞고 반쯤 틀려도 살아야 하는 나는, 지금 고기압 가장자리를 통과하고 있다 봄날의 일기예보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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