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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윤중목 시인 / 오만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1.

윤중목 시인 / 오만원

 

 

오랜만에 서울 올라와 만난 친구가

이거 한번 읽어보라며 옆구리에 푹 찔러준 책.

헤어져 내려가는 고속버스 밤차 안에서

앞뒤로 뒤적뒤적 넘겨 보다 발견한,

책갈피에 끼워져 있는 구깃한 편지봉투 하나.

그 속에 빳빳한 만 원짜리 신권 다섯 장.

 

문디 자슥, 지도 어렵다 안 했나!

 

차창 밖 어둠을 말아대며

버스는 성을 내듯 사납게 내달리고,

얼비치는 뿌우연 독서등 아래

책장 글씨들 그렁그렁 눈망울에 맺히고.

 

 


 

 

윤중목 시인 / 사람

 

 

사람들,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하루의 수고가 가파를수록

눈길 부디 나직한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문득 해 떨어져

골목골목 담벼락 외등 켜질 때면

그네들 얼굴도 하나둘씩 켜진다

밥 냄새 모락모락 새어 나오는

그네들 말소리 귀를 두드린다

 

사람들 그리움이 갈근갈근

마른 목젖에 걸리운 저녁이면

천상 나도 사람인가 보다, 사람...

 

 


 

윤중목 시인

1962년 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을 졸업. 1989년 제2회 <전태일문학상>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밥격』과 에세이집 『수세식 똥, 재래식 똥』, 영화평론집 『지슬에서 청야까지』 등이 있음.  한국IBM노동조합 제4대 위원장을 지냄. 현재 문화법인 목선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