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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준영 시인 / 하트의 종말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8.

정준영 시인 / 하트의 종말

 

 

하트의 반을 쪼개어 반만한 하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반의 반을 쪼개어 반의 반만한 하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은 아시죠?

저는 계속 반씩 쪼개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점점 작아지기만 할 뿐

 

아주 작은

아주 아주 작은

아주 아주 아주 작은 하트들이

배시시 손톱조개처럼 생겨납니다

 

하얀하트가 밥김으로 퍼져나갑니다

푸른주홍하트가 노을 속에 떠 다닙니다

투명맑은하트가 숨 쉬는 콧구멍 속으로 떼를 지어 밀려 들어옵니다

푸르딩딩고무혈관에 별사탕 피가 돕니다

파도가 부서지면 비린조각하트들이 우루루 쏟아집니다

 

시신경아려오게극도로작은하트는 작아서 절대로 안 보입니다

우주보다더우주라서우주하트는 커서 절대로 안 보입니다

 

모래밭에 젊은이들이 둘러 앉아 홀랑하트를 구워 먹느라

정신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가시는길에사뿐히즈려밟을하트가 뒤적뒤적 다 구워졌나봅니다

저 사람들도 나중에 죽을 때 검은보석연민후회절통무효하트를 하나씩 품고 죽겠지요

 


 

정준영 시인

1973년 서울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졸업. 동대학원 음악교육과 졸업. 고려대학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2006시선으로 시 등단. 2006애지로 평론 등단. 2009<시와세계>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장난이었는데 심각해지고 말았지와 산문집 북극곰과 장미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