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택 시인 / 하늘밥도둑
망나니가 아닐 수야 없지 날개까지 돋친 놈이 멀쩡한 놈이 공연히 남의 집 곡식줄기나 분지르고 다니니 이름도 어디서 순 건달 이름이다만 괜찮다 요샛날은 밥도둑쯤 별것도 아니란다 우리들 한 뜨락의 작은 벗이었으니 땅강아지, 만나면 예처럼 불러주련만 너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살아보자고, 우리들 타고난 대로 살아갈 희망이 있다고 그 막막한 아침 모래밭 네가 헤쳐갔듯이 나 또한 긴 한세월을 건너왔다만 너는 왜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 거냐? 하늘밥도둑아 얼굴 좀 보자 세상에 벼라별 도적놈 각종으로 생겨나서 너는 이제 이름도 꺼내지 못하리 나와 보면 안단다 부끄러워 말고 나오너라
심호택 시인 / 봄밤
독새풀 아래 도랑물 소리 건너편 과수원 딱따구리 소리 간간이 개 짖는 소리 내 품에 잠들어라 뒷동산에 유행가 따라가는 하모니카 소리 어디서 깔깔 간지럼타는 소리에도 녹짝지근한 사랑이 콸콸 쏟아질 듯한 그런 봄밤 다시는 안 허께유――― 다시는 안 허께유――― 매맞으며 우는 소리도 끼여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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